2m가 훌쩍 넘는 키. 비정상적으로 큰 손과 발. 가족이라곤 6살 때부터 부모님 대신 동생과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뿐. 빛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 누워 '죽고 싶다'는 말만 되뇌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머릿속에 발견된 혹이 종양으로 의심된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동네 의사의 연락에 군청 담당자가 그를 찾았다. 그러나 군청으로서도 고액의 검사비를 지원하긴 힘들어 홍천아산병원에 의견을 구했다. 홍천아산병원 원무팀에서 서울아산병원에 의뢰해 진료받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아산재단을 통해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에 연락했다.
2013년 4월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에 이끌려 현진 씨가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왔다. 그리고 뇌종양과 말단비대증(거인증) 진단을 받고 사회복지팀의 도움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300만 원, 아산재단에서 400만 원을 지원받아 검사비와 입원비를 해결하였다.
최근 작업장 작은 사무실에서 만난 현진 씨. "손 한번 내밀어 보시겠어요?"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자신의 손이 다른 사람의 손과 왜 다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과 병을 비로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이후에는 더 이상 방에만 갇혀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앞으로 할머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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