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부정맥으로 고생한 우리 어머니를 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러시아에 거주 중인 사할린 동포 2세 논나(61세) 씨가 우리 병원에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러시아어로 빽빽이 채운 편지 3장에서 논나 씨는 대한민국을 조국이라 부르며 어머니를 지켜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월 9일 새벽 한 할머니가 우리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논나 씨의 어머니 이희순(76세) 씨였다. 검사 결과 이 씨는 심방세동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시술이 시급했지만 돈도, 보호자도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씨는 1942년 일본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 이송을 당한 사할린 동포였다. 이 씨는 사할린에서 평생 음식점, 농장 등지에서 일했다. 나이 쉰을 넘어 부정맥이 왔지만 그저 팔자 탓이라 여겼다. 2007년 이 씨는 한•일 적십자사의 영주 귀국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평생을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왔다. 출가한 딸들과는 생이별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첫째 딸 논나 씨가 먼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최근 위암으로 남편을 잃고 경리로 일하며 가난하게 사는 그녀는 이웃에게서 돈을 빌렸지만 병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리 병원은 이희순 씨의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6월 10일 심장내과 남기병 교수는 심방세동 고주판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했다. 6시간이란 시술이 이뤄지는 동안 둘째 딸 알라(46세) 씨도 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도착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마취에서 깬 이 씨는 7년 만에 재회한 두 딸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건강을 회복한 이 씨는 두 딸과 함께 6월 14일 퇴원했다. 앞으로 진행되는 이 씨의 치료 비용도 우리 병원이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 설명: 6월 13일 오전 우리 병원에서 부정맥 수술을 마친 이희순 할머니가 둘째 딸 알라 씨, 심장내과 남기병 교수, 첫째 딸 논나 씨(왼쪽부터)와 함께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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