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태윤이는 또래보다 크고 건강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6월, 갑자기 생긴 고열이 잡히지 않자 태윤이를 키우던 할머니(69)는 놀라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우선 대구시에 자리한 집 부근의 병원을 갔다가 명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자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여러 검사 끝에 ‘무형성 빈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항암치료와 수혈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4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까지 왔습니다.
태윤이네 형편은 넉넉지 않습니다. 태윤이 아빠(45)는 공사 현장을 따라 옮겨 다니는 일용직입니다. 엄마는 태윤이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떠나서 태윤이는 생후 1개월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작은 전세주택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태윤이 아빠의 공여로 1차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이 시행됐지만 아쉽게도 생착에 실패했습니다. 7월 26일 다시 태윤이 아빠가 제공한 조혈모세모 이식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
이식 후 태윤이 간정맥에 혈전증이 발생해 무균실에 입원하는 어려움이 생겼지만 이번 이식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처음 서울아산병원에 왔을 때는 170㎝의 키에 배에 복수가 가득 차서 체중이 77㎏이나 나갔는데, 요즘은 69㎏으로 줄었습니다. 아직 밥은 못 먹고 과일 위주로 영양을 섭취하지만 최근에는 입맛이 도는지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보채기도 합니다. 태윤이를 치료할수록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할머니는 하나뿐인 손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속이 깊고 공부도 잘한 손자는 할머니의 자랑이고 위로였기 때문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을 몇 번씩 찾아가 도움을 청한 것도 손자를 살리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가 나왔는데, 사회복지팀 선생님들이 도와주려고 애쓰고 계세요. 이 늙은이가 너무 염치가 없어서 죄송할 뿐입니다. 저나 손자나 앞으로 좋은 일 하면서 이번에 진 빚을 갚도록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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