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39)는 나현이의 양손을 병상 가장자리에 묶으며 “엄마가 미안해” 말했습니다. 나현이는 십자(十) 모양으로 침상에 눕히자 다리를 둥글게 말아 발가락을 얼굴로 가져오는 묘기를 부립니다.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코에 경관 영양튜브를 삽입했는데 튜브가 불편해 자꾸 빼내려는 겁니다. 나현이 목에는 가래까지 수시로 끓습니다. 엄마는 기관절개 튜브를 통해 3~4분마다 석션(구강 흡인)을 해줘야 해서 딸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습니다.
나현이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 임신 중에도 이 병원을 다녔는데, 태아 초음파검사에서 수두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낙태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부모는 소중한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2015년 3월 나현이는 수두증 말고도 검사에서 미처 파악 못 한 폐와 심장 질환을 안고 세상 빛을 보았습니다. 항문도 없어 장루 주머니를 차야 합니다.
작년 7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와 우선 수두증 수술을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선천성 낭성 폐질환 수술도 잘 마쳤습니다.
올해 안에 큰 구멍이 있는 심장 수술까지 마치면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나현이네는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삽니다. 병원비 걱정이 컸는데 아산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이 큰 도움을 주었다며 고마워했습니다.
“나현이 오빠(9)도 심장이 좋지 않아 서울아산병원에서 폰탄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도 병원비를 지원해 주셨는데, 나현이는 수두증과 폐 수술 때 두 번이나 도움을 주셨네요. 덕택에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았어요.”
나현이 엄마는 병원비를 지원받도록 직접적으로 도와준 병원 직원들(사회복지팀 박종란 과장, 법무팀 최현희 대리)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두 분 모두 도움 필요한 사람들이 기죽지 않도록 말을 얼마나 예쁘게 해주시는지 몰라요. 정말 감사해요. 아산병원의 천사 같은 직원들을 봐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키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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